01.
사람이 놓을 때 짧은 공포의 순간이 있고, 그 다음에 문이 활짝 열리며 일체의 묘사를 넘어선 무한한 장려함(infinite splendor)과 영광(glory)이 들어난다. - <내 안의 참 나를 만나다> 데이비드 호킨스
그 '짧은 공포의 순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놓지 못한다.
저 짧은 공포가 뭐라고...
어쩌면 눈만 깜짝하면 지나갈 것일 텐데...
지금도 움켜쥐고, 잔뜩 긴장하고,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나는 저 문장을 살펴보면서도 '공포의 순간'이라는 말에만 꽂혀 있다.
'어떻게 놓을 수 있지?'
뒤에 오는 '문이 활짝 열림', '무한한 장려함', '영광'과 같은 단어는 일단 뒷전이다.
경험해 보지 못해서일까?
'움켜쥔 손을 펴고 쥐고 있는 것들을 놓아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웅크리고 있는 어깨와 가슴을 활짝 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말 경험해 본 적이 없나?'
잠깐 생각해 본다.
'아니,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 위에서...'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본다.
첨벙 첨벙 시원한 바닷물을 가르며 물속으로 들어간다.
발가락 사이로 푹푹 빠져 올라오는 보드라운 모래가 간지럽다.
살짝 점프를 하여 몸을 뒤로 젖히고, 머리까지 물 속으로 푸욱~ 내 몸을 담근다.
그러면 내 몸은 빠질듯이 살짝 가라앉았다가 금새 부웅~하고 떠오른다.
어느 새 나는 잔잔한 바다위에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둥둥 떠 있다.
내 귓가엔 세상 소리는 멀어지고, 차라락~ 차라락~ 물소리만 들린다.
두 팔을 활짝 펴고 아래 위로 휘휘 저으면, 바닷물이 손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며 빠져나간다.
여기서, 움켜 쥘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더 놓아버린다.
손바닥도, 두 팔도, 어깨도 활짝 폈다.
긴장따위는 없다. 긴장하면 오히려 가라앉는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바다위, 출렁이는 파도에 나를 온전히 내 놓는다. 나를 온전히 내맡긴다.
그리고 활짝 열려 있는 하늘이 내 눈에 들어오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온함과 자유를 느낀다.
바다 위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다른 것들도 놓아 버릴 수 있다.
안정적이고 싶은 마음.
편하고 싶은 마음.
잘나 보이고 싶은 마음.
오늘은 이 세가지 마음을 살짝만 내려놔 보는 연습을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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